지난 오픈마이크에서 나눈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 안녕하세요, 망원정x 사무국입니다.
망원정x는 매월 주제를 선정하고 발언자를 모아 지금 꼭 필요한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무대를 꾸밉니다. 세 번째 오픈마이크는 지난 2월 24일, <동덕여대 투쟁,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 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비리사학, 여성혐오, 여대 혐오라는 몇 겹의 혐오와 함께 싸우고 있는 동덕여대 구성원들. 동덕여대 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지, 앞서 여대에서의 투쟁을 겪은 이들과 동덕여대 투쟁에 연대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2시간 넘게 이어졌습니다. 상세한 이야기들, 아래 레터에서 전해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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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학부 졸업생이자 대학원생 조민형(수행성) 님 " 나는 2030 여성들의 정치 참여에 대한 인터뷰가 있으면 의도적으로 참여하여 이질적인 표본이 되도록 노력한다. 그건 나를 역사에 개입하고자 하는 욕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윤석열 즉각 퇴진 및 사회 대개혁 투쟁 과정이 또 다른 '순수한 이화인'의 얼굴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때마다 내가 받는 질문은 원래도 정치 문제에 관심을 가졌냐는 질문이고, 나는 그때 2016년 이화여대 본관에서 다만세를 불렀던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연구진들은 보통 수긍하고 나의 계보를 어느 정도 유추하지만 그 유추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그들의 상상력에서 학생회를 하는 운동권 여학생이 본관에 들어간 것은 보통 누락되어 있고, 이는 2010년대와 2020년대 학생 사회가 죽었다는 맥락, 혹은 그것을 죽이고 반운동권적 정서를 대학 사회의 주류로 만들고자 했던 기성세대의 욕망의 맥락이 중층적으로 맞물린 것이라 생각한다.
순수한 이화인에 대한 호명은 소위 정치에 참여하는 여성들을 바라보는 호명 방식과 똑 닮아 있다. 긍정적인 맥락에서든 부정적인 맥락에서든 여성들의 투쟁은 아무것도 모르던 순수한 여학생이 분노할 만큼 천인공노할 사건이고, 혹은 책임감 없는 멋 모르는 20대 여자들의 혼나야 할 일 정도로 나뉘어진다. 2016년 이대 투쟁은 경찰 1600명 덕분에 역설적으로 전자가 되었고, 동덕여대 투쟁은 후자가 되었다. 내 모든 전제는, 운동권은 부활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에 가깝다. ... 우리도 좀 운동권이 되자. 순수성 프레임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순수성 프레임에 입각하여 외부의 연대를 끊어내는 것. 그리하여 운동권들을 내쫓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전략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새로움을 이전 세대로부터 단절해서 찾는다면, 그 서사의 골격이란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는 오이디푸스 남성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날의 여대 투쟁의 얼굴로서 동덕여대는 이전 시대를 계승해야 하지 않을까?
투쟁 승리에 대하여 우리는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우리는 승리했을지 몰라도 나는 승리하지 못했다. 그리고 비단 나 뿐만이 괴로워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외부에서 부여한 투쟁 승리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투쟁에서 승리하며 행복할 수 있을 때가 진짜 투쟁 승리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나는 아주 지루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동덕여대가 투쟁에서 승리하려면, 그리고 그 결과적인 승리 외에도 학생들이 다치지 않으려면 우리는 끊임없이 이 투쟁에 연대해야 한다. 동덕여대가 총장 직선제를 얻어낸다고 동덕여대가 곧바로 대학 민주화를 이뤄내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이화여대의 사례는 그러했다. 우리가 싸워야 할 사학재단의 비리, 그리고 그들이 재생산하는 신자유주의의 문제는 단지 총장 직선제만으로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을 동덕여대 학우들도 알 것이라 믿는다. ... 나는 다만세를 불렀던 사람으로서 한계 투성이었던 이화여대 투쟁을 인정하고, 여대 투쟁, 혹은 여성들의 투쟁, 그 외의 소수자들의 투쟁을 이화여대에서 동덕여대의 얼굴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그들이 쏘아올린 대학 민주화의 공이 한국의 대학들의 민주화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나도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동덕여대의 공학 전학 문제라면 내가 타자로서 연결된 채로 함께 싸워야 할 일이지만, 신자유주의 시대 대학 민주화의 일이라면 내가 당사자로서 함께 싸워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동덕여대 졸업생 강리 님 "동덕여대 투쟁 승리를 위해서는, 우선 복잡다단한 현재의 상황에 얽매이기보다 목표가 이미 도래한 이미 실현된 미래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뚜렷한 노선을 그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따뜻한 광장의 스펙터클에 매혹되지 않고 냉정하게 현실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그 수단과 방법을 결정해야 합니다.
오랜 투쟁을 이어온 동덕여대 학생들의 상황은 복잡합니다. 하지만 이는 동덕여대 학생 사회만의 고유한 특징도 아닙니다. 비상 계엄령 선포 이후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이들도 저마다 각기 다른 신념을 가지고 서로 다른 요구안을 외칩니다. 그러나 이들은 사회 대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분명한 목표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동덕여대 학생사회에서 쏟아지는 요구들도 이제는 명료하게 정돈되어야 합니다. 공학 전환 반대 농성으로 촉발되어 친일 비리 사학의 퇴진 요구로 뻗어나가는 과정에서 학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 학내 집회 시위의 자유 보장, 학생 고소 고발 취하 및 징계 취소, 학생 교육비 환원 등 구체적인 요구안들이 나왔습니다. 다양한 요구안을 한 데 넣기 위해서는 단순한 단어들로 원론적인 명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대학은 학생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와 같은 보편적인 명제 아래 문제 해결과 재발 방지의 노선을 제시해야 합니다.
대학 운영의 학생 참여 확대는 학생 자치의 활성화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러한 문화적 실천뿐 아니라 대학 평의회 구성 및 운영 등에 관련하여 제도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고등교육법 및 사교육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로 대변되는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야 하기도 합니다. 연대로 모일수록 풍성해지는 광장과, 정파적 이해관계와 자본의 논리가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는 의회는 또 다른 공간입니다.
따뜻한 광장의 스펙터클을 통해서 정서적으로 회복을 했다면, 이제는 이성적인 분석과 판단을 토대로 우리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하여 윤석열 파면 이후 대선 정국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우선 각 정당의 대선 후보부터 위헌 정당 해산 가능성까지 정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를 파악하고, 민주동덕, 동덕여대 민주화 투쟁을 현실 정치에 개입시킬 수 있는 이들과 조직적으로 결합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동덕여대 민주화 투쟁의 기나긴 싸움을 끝내기 위해서, 또 새로운 사회를 꿈꾸었던 많은 이들이 앞선 실패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서는 페미니스트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어보고 싶습니다. 윤석열과 트럼프의 당선은 동시대에서 소수자 차별과 혐오가 효과적인 정치적 수단이라는 점을 증명했습니다. ‘우리’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대문자 인간에게만 부여함으로써 그들은 피해 의식을 자극하는 이러한 우파적 포퓰리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준석이 동덕여대 민주화 투쟁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하하는 방식과도 이러한 우파적 포퓰리즘은 똑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이 아닙니다. 20세기 초 영국에서 여성 참정권을 위해 투쟁한 서프러제트와 그 이전부터 페미니스트에게 가해졌던 낙인과도 이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처럼 한 사회를 지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원권을 박탈당한 채 우리의 것을 빼앗으러 온 그들로 표상되어 온 페미니스트로서 저는 동덕여대 민주화 투쟁이 지금 여기에서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 있는 단초가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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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생활도서관 활동가 지원 님 "이화여대에서 일어났던 2016년 미래 라이프 대학 설립 반대 시위는 원래의 목적인 미래 라이프 대학 설립 무산뿐만 아니라 박근혜 탄핵의 도화선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 굉장히 성공적인 투쟁으로 외부에서는 평가받곤 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2025년에 지금 학내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저희는 이 투쟁이 마냥 승리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당시 시위는 이른바 운동권, 그리고 외부 세력을 철저히 배제한 것이었고 순수한 이화인만이 발언권을 얻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모든 논의는 철저한 인증을 거쳐 가입할 수 있는 ‘이화이언’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이 학생들은 대부분 익명의 참여자였습니다.
운동권으로 지목된 학생들에 대한 도를 넘는 감시와 신상 유출이 있었고 기자회견 현장에서 물리적으로 운동권이라고 지목된 학생을 끌어낸 적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시위 방식은 굉장히 많은 상흔을 학내에 남겼는데요. 일단 첫 번째로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1600명의 경찰에게 진압당한 학생들은 이 경험을 뭔가 제대로 치유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과 나눌 새도 없이 다시 익명의 이화인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16년도의 미래라이프대학 시위도 지금의 동덕여대 투쟁처럼 학원 민주화를 이루려는 시위였습니다. 그렇지만 16년 그 투쟁의 과정에는 소통도 없고 연대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투쟁은 겉보기에는 승리했지만 공동체에는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저는 투쟁 과정에서 진지한 고민과 또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고, 무엇보다 투쟁이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투쟁할 수 있는 힘을 지닌 공동체를 뒤에 남기는 투쟁이 정말로 승리한 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연대의 방식을 확장하며 또 고민하고 계신 동덕여대 학생들의 투쟁을 환영하고 또 연대하는 바입니다.
저희는 금기 아닌 금기를 좀 깨고 16년에 이화여대와 24년의 동덕여대를 겹쳐보기도 또 다르게 보기도 하면서 학내 자치와 그 역사에 대해서 더 정교하게 말하기 위해 <다시 만난 여대>라는 제목의 열린 세미나를 개최했었습니다.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우리의 투쟁이 단순히 우리가 동덕여대 학생들을 돕거나 응원한다라는 개념에서 조금 더 나아가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는 동덕여대 투쟁을 동시대에서 함께 구성해 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소멸과 개방, 여자대학, 민주주의, 극단적 페미니즘 심지어는 폭도까지 이 투쟁을 둘러싸고 있는 정말 많은 말들이 어디에서 나왔고 또 왜 나왔는지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 나누고 생각해 보며 이 투쟁을 더욱더 두텁게 만들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대화가 오랫동안 계속되어서 굉장히 단단하고 분명한 투쟁의 역사가 기록되었으면 합니다."
여자대학 재학생 초록 님 "여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지내면서 사실 저는 저를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할 일 자체가 거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제 주변에는 당연하게도 페미니스트인 친구들이 많고 제가 페미니즘적인 시각에서 이야기를 하더라도 제가 사귀는 친구들은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여주거나 적어도 크게 반대하는 경우는 없었으니까요.
그에 비해서 제가 성소수자라거나 트랜스 앨라이라든가 인권 동아리에서 활동한다는 이야기를 꺼낼 때 저는 더 용기가 필요했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제가 하는 이야기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저는 자주 했던 것 같아요.
인권 동아리가 여성 의제에만 연대하지 않고 성소수자, 트랜스젠더와 왜 연대를 하느냐. 이런 이야기를 종종 여대 학내 온라인 공간에서 종종 들어 왔습니다. 그런 식으로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면 “트랜스젠더 버리고 가자, 너희가 진짜 페미니스트라면 트랜스젠더와 함께 가서는 안 돼”라고 누군가 귓가에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그렇게 트랜스젠더, 젠더퀴어, 성소수자, 노동자, 난민을 ‘버리고’ 가면 편해질까요? 아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굉장히 가까운 주변에는 트랜스젠더이거나 젠더퀴어인 친구들이 굉장히 많아요. 누군가를 ‘버린다’는 것은 그 친구들이랑 함께 행복하고 싶은 저를 배신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오늘 발언문을 작성하면서 굉장히 고민을 했지만 딱 한 가지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람을 버리지 맙시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요즘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도 심각한데 뭘 자꾸 거르고 버릴까요? 일부러 쫓아내지 않고 욕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좋고, 그러지 않으려면 당장 우리 곁에 나와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부터 조금 더 알아두는 일이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다르고 다양한 사람들도 내가 추구하고 지지하는 가치에 동의할 수 있고 이미 그러고 있다는 것. 젠더퀴어, 성소수자, 노동자, 난민 그런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분들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연대하는 저 같은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SNS 게시글에 마음에 들어요 한 번씩 찍어주고 리트윗 공유 리그램 한 번씩 해주는 일이 굉장히 힘이 많이 된다는 것.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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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졸업생 소양 님 "오늘 주제는 “동덕여대 투쟁,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 인데요. 사실 저의 관심은 아까 다른 분들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그 투쟁의 승리라는 게 우리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었을 때 그것에 도달을 했느냐 안 했느냐가 아니라 이것들이 학생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는지가 저한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현재 동덕여대 투쟁이 어떠한 투쟁이 되어가고 있는지를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알 수 없다는 거죠. 대학이라는 공간은 평생 우리가 머무는 공간이 아니잖아요. 어느 순간에는 졸업을 해야 되고, 그렇게 됐을 때 나중에 이것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그리고 이 시위가 끝난 다음에 동덕여대라는 공간이 어떻게 될 것인지, 그 안에서 학생들은 이 시위에 대해서 어떤 식의 감정들을 가지게 될 것인지에 대해 사실 저는 관심이 있습니다.
승리라고 하는 단어에도 많은 감정이 듭니다. 물론 동덕여대 투쟁은 승리해야 합니다. 동덕여대 학내 민주화 투쟁은 승리해야 하지만 저는 사실 어디 가서 저를 소개할 때 ‘동덕의 페미니스트’라고 소개를 하는데요. 그럴 때 드는 생각은, 어떤 광장, 어떤 시위, 어떤 운동의 어떤 웨이브가 가라앉았을 때 그것이 주는 어떤 탈력감 같은 것이 있어요. 저는 사실 거기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을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굉장히 가슴이 뜨거워져 있지만, 그 탈력감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동덕여대 투쟁이 어떻게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는지, 그리고 페미니스트 동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여러 걱정으로 인해 동덕여대 시위를 지지하지만 어떻게 지지해야 한다고 말할 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리고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여성 주체들이 있고 우리는 여러 사건들에 대해 죄책감을 갖고 있기도 하죠. 이 신자유주의적 여성 주체라는 곤란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고민들이 있는데, 사실은 그런 걱정이 있는 이유는 우리가 거기에 대해서 충분히 대비책이 없다고 할까요? 여성과 안전이라는 것을 얘기할 때 그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 자명하죠. 다만 그랬을 때 그 안전이라는 것, 누구를 배제하지 않는 식의 안전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페미니스트 담론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것이 앞서 이러한 투쟁들을 한번 겪어본 사람들이 수행해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망원정x 장혜영 대표 "저는 6석 진보 정당의 의원이었고 제가 속한 상임위원회는 기획재정위원회, 거시 경제를 다루는 곳이고 저는 기후 문제, 불평등 문제, 노동 문제 다양한 의제들을 다뤘는데 그 모든 것들이 다 동등하게 언론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어요. 주로 제가 페이스북에 한 줄만 써도 기사가 되는 거는 이준석 씨랑 싸운 얘기예요.
혹은 제가 보기에는 분명한 젠더 차별의 문제이거나 젠더 폭력의 문제인데 어떤 사람들은 '젠더 갈등'이라고 호명하는 어떤 문제들에 대해서 제가 말을 얹을 때만 그것이 마치 제가 생각하기에 폭력이고 차별인 말과, 그것이 왜 차별이고 폭력인지 지적하는 저의 말이 균등한 무게인 것처럼 마치 굉장히 중립적인 갈등의 두 양상을 비교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보도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거든요.
근데 동덕여대 투쟁이 11월에 남녀공학 전환 반대라고 하는 키워드로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특히나 그 학생들의 반대 양상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라고 하는 것에만 방점이 딱 찍혀서 온갖 언론사들에서 정말 실시간으로 인터넷에서의 반응을 다 정말 경쟁적으로 취재하고 고도화하는 걸 봤습니다. 게다가 헤드라인에 누가 더 센 말을 쓰나 이런 대회가 열린 것처럼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든가 '아수라장' 같은 단어들을 사용해서 마치 굉장히 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의 가장 폭력적인 장면 한 장면을 딱 캡처해 가지고 그 장면이 얼마나 많은 폭력이 담겨 있는지 얼마나 끔찍한지를 그냥 계속 기사를 써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이것이 어떻게 젊은 여성들의 투쟁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맥락화되는가의 문제에 있어서 여지를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어떻게 보겠다는 것을 정해놓고 그 젊은 여성들이 사납고 공격적이다라고 하는 하나의 증거로서 이 사건과 발화와 표현들을 그냥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더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연대해야겠다. 왜냐하면 연대라는 것은 저는 투쟁의 공간을 열어주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투쟁이 얼마나 다양한 맥락들 속에 위치해 있는가를 당사자이기 때문에 말하기 되게 어려운 것들이 있잖아요. 왜냐하면 당사자는 쏟아지는 공격들에 대해서 방어하기 바쁘니까요. 왜 이게 아니냐면요. 왜 그게 말이 안 되냐면요. 같은 말들을 하면서요. 마치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쏟아지는 공격을 끊임없이 기각하는 것처럼요. 당사자가 눈 앞에 것들을 막 쳐대는 동안에 옆에서 “근데 있잖아, 다른 맥락이 있어”라고 얘기를 해 주는 사람이 있어야 당사자가 숨통을 틀 수 있기 때문에 저는 동덕여대 투쟁의 승리에는 반드시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동덕여대 투쟁이 많은 사람들에게 여성들을 향한 폭력을 증명하는 하나의 증거로 남고 그 앞뒤 옆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게 아니라, 이걸 계기로 동덕여대 안에서 지난 20년 동안 어떤 일들이 있어 왔는지. 왜 그 이전까지는 이렇게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하필이면 남녀공학 문제가 됐을 때에야 이렇게 주목받게 됐는지 이런 많은 것들에 대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되기를 바래요. 그리고 그런 더 풍부한 이야기들이 알려지는 데 있어서 저 같은 정당인들 정치인들 그리고 더 많은 시민들이 해야 될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저희가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이유라고 생각하고요. 말씀은 하시지 않았지만 가장 중요한 듣는 사람이 되어 주신 여러분께서 공감해 주신 지점이라고도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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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오픈마이크 스케치, 어떠셨나요?
다음 오픈마이크에서 더 많은 망원정x 회원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러면 3월 오픈마이크에서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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